누구에게나 어릴 적 자주 다녔던 동네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포동이 제 학창 시절을 함께했던 동네였는데요. 학창 시절부터 아르바이트까지 모두 남포동에서만 했으니 추억이 많은 가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남포동에 제가 알던 가게들이 하나씩 없어졌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도 나가보니 작년보다 더 많이 없어졌었습니다. 족발골목 만남의 장소였던 한양족발 건물도 없어져버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엔 생생하게 남아있는, 졸업식 때마다 방문했던 오래된 중국집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방문해 봤습니다. 바로 족발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개화'라는 중국집입니다. 화교가 운영하는 곳인데 제 기억 속에 고등학생 때도 여기가 있었으니 최소 20년 이상 된 듯합니다.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고 홍소조발 옆에 있는데 사실 어릴 땐 먹는 데에 관심 없었고 외관으로는 중국집인 줄 몰라서 가볼 생각을 안 해본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니 외관만 봐도 맛집포스가 상당해 보입니다. 오늘 먹어보고 감동을 받아서 간략하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 부산 남포동 개화 영업시간
매일 11:00 ~ 22:00
- 부산 남포동 개화 메뉴
- 부산 남포동 개화 주차
도로변 공영주차장 이용
가게에 들어서니 시간이 8시가 넘었는데도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1층과 2층 모두 식사가 가능한 자리라고 하는데 1층에 자리가 남아있어서 2층에는 올라가보지 않았습니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역시 맛집의 포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저희는 배가 고파서 유니짜장, 삼선 울면, 탕수육 기본을 주문했습니다. 개화에는 세트메뉴가 없으니 참고하시구요. 기본 세팅은 여느 중국집과 다를 바 없이 단무지와 양파, 김치가 나오고 가장 먼저 탕수육이 나왔습니다. 와... 탕수육 비주얼이 너무 좋습니다. 아시죠? 탕수육에 자신 있는 가게들은 묻지 않고 소스를 부어서 내어줍니다. 부먹으로도 자신 있다는 말이겠죠. 저희는 3명이었는데 2명이 찍먹파입니다. 하지만 찍먹파의 고집을 맛으로 꺾어버렸습니다. 소스가 부어져 있음에도 바삭했고 다른 중국집과는 다르게 소스가 투명했습니다. 소스만 찍어 먹었을 땐 살짝 시큼한 맛이었는데 탕수육과 같이 먹으니 느끼하지 않고 케미가 좋았습니다. 여기에 초간장까지 찍어먹으니 훌륭한 퍼포먼스가 나왔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라'는 말이 있죠. 그것처럼 '개화에선 부먹으로 먹어라'라는 의미가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졌으며 '맛있다' 외에 다른 형용사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조금 먹다 보니 유니짜장과 삼선 울면이 나옵니다. 저는 살면서 유니짜장을 처음 먹어보는데 확실히 일반짜장과는 다르더군요. 고기와 야채를 갈아 만든 짜장답게 고기향이 가득 있었고 부드러웠으며 맛도 고소했습니다. 고기와 양파가 씹히는 간짜장과는 노선이 확연히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먹어봤지만 유니짜장도 정말 매력이 있었습니다. 삼선울면도 처음 접했는데 국물이라고 하기엔 전분이 많다 보니 후루룩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었고 안주로 떠먹을 수 있는 요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식사메뉴지만 해물과 야채가 정말 풍부하게 들어있었고 면 또한 많다 싶을 정도로 들어있었어요. 맛 역시 훌륭했습니다. 여기에 고량주 한잔씩 곁들이며 입안을 적셔주니 느끼함도 싹 가시고 모든 메뉴를 다 클리어했습니다.
요즘 남포동을 지키던 오래된 가게들이 하나씩 없어져서 속상했는데 오늘 새로운 발견을 해서 신선했습니다. 로컬분들에게는 이미 맛집으로 소문나있는 곳이지만 저는 이 거리를 수없이 지나면서 왜 한번을 안 가봤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었고 다음에 다른 메뉴를 먹으로 재방문 예정입니다. 제가 최근에 먹어본 중국요리 중 최고였으며 탕수육 말고도 요리 대부분 맛있다고 하니 기호에 맞는 요리를 드셔보시길 바라며 주류는 메뉴에 없으니 사장님께 문의하시고 주문하시면 됩니다. 남포동에 맛있는 중국집 찾으신다면 '개화'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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